어젠 오랫만에 소장파 경제학자 한 분과 저녁을 같이 했습니다.
앞이 안 보일 때 이 분을 찾아가면 안개가 걷히듯 했습니다.
어젠 다소 우울한 얘기를 했습니다만...

내년 경기 전망에 대해 재경부는 4.8% 성장, 삼성경제연구소는 4% 성장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0.8% 차이는 상당히 중요합니다. 4.8%는 그런대로 괜찮군...이지만, 4%는 많이 어렵다는 얘깁니다.
어제 만난 분은 2% 성장을 말씀하셨는데, 제가 "너무 과한 것 아닙니까" 했더니, "그럴 수 있다"고 하십니다.
이유는 부동산 때문입니다. 다 아시는 얘기같지만, 정부만 모르는 것 같습니다.
최근 부동산 과열은 오갈 데 없는 돈이 폭발한 것으로 볼 수 있죠. 투자할 데가 없는 돈, 이게 문젠데요.
정부는 경기를 위축시켜 부동산을 잡겠다고 합니다.
그럼 더 부동산 투자로 몰릴 겁니다. 어쨌든 돈은 흘러야 하니까.

저는 이 견해에 동의하면서도 하나 덧붙이고 싶은 것은, 부동산에 몰리는 심리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라고 봅니다. 특히 노후에 대한 불안감.
요즘 전철을 타면 신문을 줍고 있는 노인네들 많이 보시죠? 이분들은 마치 '너희들도 늙으면 이렇게 된다'고 시위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아, 이건 우리 모두가 피하고 싶은 미래 아닙니까.
그런데 현실은 암울합니다. 상시 구조조정에 시달리고, 게다가 나이 들면 더더욱 일자리 얻기가 힘들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결국, 기댈 데라곤 집밖에 없고, 한살이라도 젊었을 때 빚을 내서라도 아파트를 사놓게 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을까요? 아까 말한대로 우선 투자할 곳을 많이 마련해야죠. 그다음 강남 집값을 잡아야 하는데, 강남 집값이 오르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살기 좋으니까. 그럼, 왜 강남만 살기가 좋을까요? 부자들이 많아서 세금을 많이 거두고, 그 세금이 강남을 번쩍번쩍 빛내는 데 쓰이니까 그렇습니다.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만, 강남에서 거둔 세금은 2000억원이 넘는데, 강북은 300억원대였습니다.
그럼 부동산 관련 세금을 지금처럼 해당 지역으로 흘러들어가지 않게, 국세로 전환하는 겁니다. 물론 세금낸 부자들은 화가 나겠죠. 이분들을 위해선 양도세를 대폭 낮춰주는 겁니다. 매매가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도록. 이 아이디어는 아까 말씀드린 소장파 경제학자에서 나온 겁니다.
어쨌든 현재 한국 경제의 체력은 탈진 상태라고 해도 과언은 아닌 것 같은데요. 좀 다른 얘기지만 이명박씨가 만약 내년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우려스러운 것이 있습니다. 그분의 성격 상, 과도한 경제개발에 몰두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가뜩이나 할딱거리는 사람은 쓰러지고 말 겁니다. 노태우가 망쳐놓은 경제를 김영삼이 물려받아 과도하게 경기부양책을 펼쳐 97년 금융위기를 맞았다는 가설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습니다. 지금이 딱 그 시절이란 얘기죠. 체력이 약해진 때, 무리한 의욕은 결국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는...
저는 개인적으로 이명박씨를 (취재 때문에) 만난 적도 있고, 그가 해놓은 청계천 개발이나 버스공용제는 정말 잘 한 것으로 평가합니다. 계획을 세우면 그 계획을 실현하는 데 드는 '비용'을 계산할 수 있는 능력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이게 이명박의 최대 장점이죠. 그만큼 믿는 구석도 있습니다만, 문제는 우리의 체력이 어느 수준이냐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