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일랜드.
전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나라로 알려진 나라에서 다시 '흘러간 옛노래'를 부른 이유는 무엇일까.
이 영화는 분명 흘러간 옛노래다. 아일랜드가 어떻게 영국군과 투쟁했는지, 왜 북 아일랜드와 갈렸는지...
난 이 영화를 보면서 내내 속이 답답했다. 마치 우리의 현대사를 보는 것 같아서 였을 것이다.
켄 로치 감독은 왜 이 영화를 만들었을까. 아일랜드, 지금 분위기 좋지 않은가.
다국적 기업들이 앞다퉈 진출했고, 아일랜드의 영원한 적 '영국'보다 높은 경제성장율을 기록했다. 축제의 분위기일텐데, 왜 감독은 이런 분위기에 초를 치는가.
(영화 한 편 보면서 이렇게 복잡하게 생각할 게 뭐 있냐 싶지만, 그런게 아니다. 정리가 안 되니까 잠이 안 온다...이 영화를 보신 분은 어떻게 봤는지도 궁금하다. 여러분은?)
유대인의 역사를 공부한 어떤 분이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유대인은 일주일에 한 번씩(안식일) 코란을 읽으면서 불행했던 유대의 역사를 되새김질 한다고. 이것이 유대인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고. 참혹했던 역사를 다시는 경험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불러일으키면서. 고로 지난날 피의 역사는 곧 이들에게 새로운 힘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된다는 것이다.
다시는 상기하고 싶지 않은 피의 역사를 누군들 마주하고 싶겠느냐만, 실제 마주하면 묘하게 정화되는 느낌이 든다. 오히려 묵인 것이, 얹힌 것인 뚫린다고 할까. 그래서 감독은 "지금 아일랜드의 번영은 외자 도입 등 최근의 경제정책 때문이 아니라, 자유를 갈망했던, 잘 살아보려고 동족간에도 총뿌리를 겨눴던 피의 역사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요즘 젊은 것들은 뭘 몰라 하면서...)
그런데 이런 과거 역사의 회고도 힘이 있을 때 해야 세상에서 인정을 받는다. 경제적으로 영국을 앞선 최근에서야 아일랜드가 피를 토하듯 역사 영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그만큼 자존심이 섰다는 얘기다. 경제적으로도 이기지 못하면서 옛날 타령해봐야 그건 푸념에 불과하다.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에서도 한 지주가 영국군을 향해 독립투쟁을 하는 세력들을 향해 "너희같은 멍청이들에게 나라를 맡길 순 없어!!!"라고 울부짓는 장면이 나온다. 그 멍청이들이 지금은 경제적으로도 부강한 나라를 세웠으니...할 말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일제시대를 다룬 영화가 나오려면 일본을 경제적으로 능가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다음에는 '푸념'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1인당 국민소득으로 일본을 누를 때, 일제시대를 다룬 영화는 봇물 터지듯 쏟아질 것이다.
끝으로, 영화를 보면서 상상해본 것인데... 북한이 개방되면 한국보다 훨씬 강력하게 외국의 자본을 불러들일지 모른다. 북한은 한국에게 기대지 않을 것이다. 열등함을 표출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이들은 역으로 외국 자본에 기댈 확률이 높다. 가공할만한 속도로 외자를 불러들여 보란 듯이 남한을 추월하려 들 것이다.
이 같은 상상의 나래를 국내로 좁혀보면...지방은 서울을 능가하기 위해 빠른 속도로 외국자본에 기댈 것이다. 한국땅? 그게 무슨 소용인가. 외국인에게 팔아 경기가 좋아진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 서울만 잘 사는 꼴을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서울과 그밖의 농촌의 갈등은 이미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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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The Wind That Shakes The Barley, 2006)
Tracked from [주머니 속의 송곳: 블로그] 2006/12/16 16:10 delete<보리밭을 흔드는 바람>는 1798년에 실패로 끝난 아일랜드 봉기에 나섰다 연인을 잃은 한 청년의 슬픈 이야기를 그린 시라고 한다. 이 영화의 첫장면에서 영어가 아닌 아일랜드의 언어인 ..